紫雁/紫雁·시

하얀 바람

일하는 사람 2009. 4. 16. 07:49


 
하얀 바람

 
                           紫雁 / 이정희

 
산봉우리 위에
하얀 바람이 머물고 있었다.

 
뒷걸음에 따라오던 그림자가
자꾸 나를 부른다.
돌아보는 어깨위에
겨울바람이 함께 가자고 한다.

 
해는 
하얀 산꼭대기를
추워서 넘고
그 위에 까만 하늘이 내려앉는다.

 
골목 어귀에 그림자를 내려놓고
돌아서자
산위에 하얀 바람이
너무나 추워서
내 시린 가슴에
길게 고드름을 드리운다.

 
이 밤도
그렇게 우리들의 가슴에
처마를 받치고
거기에 눈물을 뿌린다.

 
그리고
쓴잔에 떠있는 하얀 바람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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