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雁/紫雁·시

봄비가 오는 밤

일하는 사람 2009. 4. 15. 08:24

 
백홍

 

 

 

 

 

봄비가 오는 밤


                                 紫 雁 / 이정희



어둠이 붓을 들었다


밤하늘에 물감을 풀고

흥건히 물을 적신다

별들도 눈을 감고

달 그림자 속으로 숨는다


 

광목(廣木)에 스며들듯

옛 기억의 상처도 

눈물의 흔적 되어

붓 끝에 매달려 간다

 

 

까만 바람 부는 데로

붓이 춤을 춘다

초록다홍 건반 두들기며

물감을 번진다

 

 

그래 님이 오고 있다

초록물 지천으로 뿌리며

흑담(黑淡)의 여명(黎明)이 밝을 때 까지

밤새워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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