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雁/紫雁·시
산사(山寺)의 3월
紫 雁 / 이정희
산바람은
풍경(風磬)에 매달려
노래를 한다.
탑(塔)뜰엔
아지랑이들 모여
참새 깃털 속에 졸음을 졸고
법당 향불 아래 공양 올릴 때
오후의 햇살은
문지방 걸터앉아
스님의 헛 빗질에
보살들을 기다린다.
밭을 갈아야 할 텐데...
때까치 지겨워 하품을 하고
버들강아지 얼음물에
가느다란 눈을 틔운다.
춘풍이 경내(境內)에 머물고
가지바람 불고 간 뒤
헛기침 소리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