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雁/紫雁·시
봄 비 紫雁/이정희 사그라진 넝쿨을 타고 스며드는 그리움에 잊혀버린 잎새들의 추억이 반짝인다 빗방울은 빛바랜 갈잎에 그렇게 젖어들고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린 우리들의 영혼에 한 잔의 술잔을 비우고 또 가득 부어 마신다 차갑던 대지가 눈을 뜨고 가지에 잎새 바람이 머물다 간다 목마른 여인의 가슴을 헤집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겨우내 울어 지친 긴 한숨은 소리 없이 떨어지고 메말랐던 눈물이 빗소리에 울음을 그치면 먼 산 풀내음 가득 안고 이렇게 우리들의 봄은 오는가
봄 비
紫雁/이정희
사그라진 넝쿨을 타고
스며드는 그리움에
잊혀버린 잎새들의 추억이 반짝인다
빗방울은 빛바랜 갈잎에
그렇게 젖어들고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린
우리들의 영혼에
한 잔의 술잔을 비우고
또 가득 부어 마신다
차갑던 대지가 눈을 뜨고
가지에 잎새 바람이 머물다 간다
목마른 여인의 가슴을 헤집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겨우내 울어 지친 긴 한숨은
소리 없이 떨어지고
메말랐던 눈물이
빗소리에 울음을 그치면
먼 산 풀내음 가득 안고
이렇게 우리들의 봄은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