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雁/紫雁·시

산사의3월

일하는 사람 2009. 4. 16. 01:04

      산사(山寺)의 3월


                   紫 雁 / 이정희


      산바람은 

      풍경(風磬)에 매달려

      노래를 한다.


      탑(塔)뜰엔

      아지랑이들 모여

      참새 깃털 속에 졸음을 졸고

      법당 향불 아래 공양 올릴 때

      오후의 햇살은

      문지방 걸터앉아

      스님의 헛 빗질에

      보살들을 기다린다.


      밭을 갈아야 할 텐데...

      때까치 지겨워 하품을 하고

      버들강아지 얼음물에

      가느다란 눈을 틔운다.

      춘풍이 경내(境內)에 머물고

      가지바람 불고 간 뒤

      헛기침 소리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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