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雁/紫雁·시
봄비가 오는 밤
紫 雁 / 이정희
어둠이 붓을 들었다
밤하늘에 물감을 풀고
흥건히 물을 적신다
별들도 눈을 감고
달 그림자 속으로 숨는다
광목(廣木)에 스며들듯
옛 기억의 상처도
눈물의 흔적 되어
붓 끝에 매달려 간다
까만 바람 부는 데로
붓이 춤을 춘다
초록다홍 건반 두들기며
물감을 번진다
그래 님이 오고 있다
초록물 지천으로 뿌리며
흑담(黑淡)의 여명(黎明)이 밝을 때 까지
밤새워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