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어둡다. 탑 조명 아래 6개의 의자에 여자들이 앉아 있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교도소에 살인죄로 갇힌 수감자들이다. 왼쪽부터 후냑·모나·리즈·벨마·준·애니다.
사진 속 장면은 뮤지컬 《시카고》의 세 번째 신(scene)으로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로 불린다. '각자 감방에서 추는 탱고'라는 뜻이다. 똑같이 스트립 댄서 차림이지만 앉은 모양새는 다 다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모두 결백을 주장하는 이들 중 한 명만 사형선고를 받는다. 누구일까? (힌트: 각각의 포즈를 보라)
뮤지컬《시카고》에서 6명의 여성 수감자가 살인의 사연을 들려주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시카고》는 검은돈과 살인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펼쳐지는 풍자 코미디다. 교도소에 갇힌 벨마 켈리(인순이·최정원)와 록시 하트(옥주현)는 그 밑바닥에서도 스타를 꿈꾼다. 돈만 밝히는 변호사 빌리 플린(남경주)의 능청에 희망을 걸 만큼 초라한 신세지만, 무대언어는 희극적이고 밥 파시의 안무는 관능적이다.
사진 속 여성들은 남편이나 사랑하는 남자를 죽였다. 이들은 한 명씩 살인의 사연을 풀어낸다. "칼로 닭을 손질하고 있었는데 의처증이 심한 남편이 덤비다 칼에 찔렸어요. 그것도 열 번이나"처럼 우스꽝스럽다. 노래의 후렴구는 "죽어도 싸지, 죽어도 싸지~"다.
탱고는 남녀의 2인무지만 독방에서는 혼자 춰야 한다. 의자가 파트너가 된다. 벨마 역의 최정원은 "의자에 앉을 때나 의자를 들 때 감정을 실어야 한다"며 "〈셀 블록 탱고〉는 죄를 지을수록 스타가 되는 세상을 비꼬면서 다가올 반전(反轉)을 예고한다"고 했다. 마지막엔 6명이 무대를 뛰어다닌다.
남성 관객도 좋아하는 장면이지만 여성 관객의 반응이 더 뜨겁다. 안무가 노지현은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억누르다가 나중엔 폭발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에서 낸 문제의 답은 맨 왼쪽에 앉아 기도하는 후냑이다. 헝가리인으로 영어가 서툰 그녀는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에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시카고》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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