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나물의 학명은 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로,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며, 도깨비엉겅퀴, 고려가시나물 이라고도 부른다. 곤드레란 곤드레만드레의 상위어로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모양을 뜻하는데, 곤드레나물의 큰잎이 바람에 이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의 몸짓과 비슷하다하여 붙여 졌다고 한다. 어린 잎과 줄기를 식용 하는데 데쳐서 우려내어 묵나물, 국거리, 볶음용으로 이용하며 무기성분,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맛이 좋은 산채이며 보릿고개 시절에는 곤드레 나물죽으로 구황음식으로 먹었던 유용한 식물이다. 지금은 별미로 먹는 웰빙식이 되었지만 정선이나 영월 산간의 화전출신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쌀뒤주에 거미줄이 쳐질무렵 곤드레를 뜯어 밥에 섞어 먹는데, 밥 한사발이면 밥은 정작 한 숟가락 정도이고 나머지는 곤드레 나물이었다고 한다. 쌀은 고사하고 보리밥에 섞어 먹으면 보리밥알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며, 나물밥으로 만들어 음식의 부피를 몇배로 늘려 양만 채워도 감지덕지 했다고 한다. 춘궁기지만 곤드레 나물밥은 거무스레한 강된장이나 갖은 양념을 한 양념간장에 비벼먹던 별미식에 해당하고 춘궁기 끝무렵으로 갈 수록 나물죽으로 먹었다고 한다. 춘궁기의 구황음식도 아무것이나 먹는것이 아니라 첫째는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아야 하고, 기본적인 영양이 있어서 못먹어 몸이 퉁퉁 붓고 얼굴이 노래지는 부황기도 없애주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향이 너무 진해도 많이 먹기 거북스러운데 곤드레는 특유의 향이 별로 없는 대신, 여린 질경이 나물같이 씹히는 맛에 잔잔한 풀내음을 풍기는 담백한 맛이라 먹기 좋았다고 한다. 춘궁기 때는 대개 가뭄이 겹쳐 산골 화전에서는 뼈빠지게 밭을 일구어 봐야, 밀 한포대, 수수 한 자루, 보리 두말 얻기 힘들었다는것이 화전경험 어르신들의 단골표현이고 보면 구황식품으로서의 나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나물이 500여종이나 되지만, 곤드레 나물은 그 중에 중요한 위치에 있던 나물이었다. 구황식물의 역사가 긴 만큼 <곤드레>는 구전민요 정선아리랑의 한 대목인 ‘곤드레 만드레 우거진 골로’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고, 현재 까지 1500여수가 채집된 정선아리랑 가사 중에도 「한 치 뒤산에 곤드레 딱주기 이 내 맛만 같으면/ 올 같은 흉년에도 농사를 않치」,「변북이 산등에 이밥취 곤드래 내 연설을 들어라/총각 낭군을 만날라 거든 해 연년이 나거라」등으로 서민생활의 고달픔과 사랑에도 녹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선아라리 라고하는 정선아리랑에도 등장하는 곤드레나물은 정선, 영월과 제천일부, 진부, 평창,봉평,태백등지의 오대산 지역 700고지 이상의 풀밭, 즉 고지의 초원에 주로 난다. 인제, 양양지역의 점봉산 자락에도 많이 눈에 띄었으나 지금은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 들었다.
고려엉겅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토종식물로 우리가 나물로 먹는 나물은 3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산꾼은 태백지역에서 신서방나물로 부르는 종류는 먹지 않고 있다. 이 신서방 나물은 어릴때는 고려엉겅퀴인 곤드레와 거의 흡사하여 구분이 쉽지 않으나, 잎자루를 자세히 보면 마치 붉나무 잎줄기에 나있는 날개가 붙어 있는 것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언젠가 태백의 천제단 등산로 입구인 당골에서 곤드레나물로 팔고 있는 것을 본적도 있는데, 꽃이 피게되면 엉겅퀴 종류와는 동떨어진 구절초같은 꽃을 피우는 다른 식물이다. 고려엉겅퀴는 잎의 앞면은 녹색으로 잔털이 조금 나있고, 잎뒷면은 털이 없고 앞면보다 여린색으로 흰빛이 감돈다. 잎 뒷면에 거미줄같은 실털로 흰색이 도는 것은 흰잎고려엉겅퀴 (var. niveo-araneum)로 식용한다. 줄기에 붉은색이 감도는 종류도 있다. 신서방나물은 잎줄기에 지느러미 같은 날개가 달려있다. 고려엉겅퀴는 대략 2~3년이면 뿌리가 썩어 고사하고, 새로운 종자가 발아하여 자라게 된다. 키는 50cm~120cm 자라고, 1년생은 가지가 1~3개 나오고 2~3년생이면 8~11개 까지 가지를 치며, 원 줄기는 곧게 자란다. 잎은 장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잘잘한 톱니와 바늘같은 가시가 달려있다. 고려엉겅퀴는 민간에서 곰취와 같은 용도로 약용에 사용되어 왔으며, 주로 부인병에 사용되어 왔다. 지혈, 소염, 이뇨작용이 있으며, 당뇨병, 혈액순환 개선으로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치료하고, 정맥을 확장하여 정맥종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요즈음 같은 다이어트 열풍의 시대에도 나물밥은 그 어떤 방법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보릿고개 시절의 구황식(?)다이어트 방법인 셈이다. 다만 나물밥에 보릿고개 시절 같이 말만 나물밥 식으로 밥을 적게 넣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나물로 배를 채우다시피 하면 된다. 곤드레나물은 향이 별로 없어 생것 보다는 대개 삶아 데친후 여러가지로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이 많을 때는 데친것을 한번 먹을 만큼씩 비닐로 포장해 냉동 해두면 겨울에도 먹을 수 있다. 곤드레나물 밥은 곤드레 말린것을 더운물에 30분 안팎으로 불려 뜸 들일때 밥위에 얹어 익히면 되고, 전기밥솥인 경우는 처음 쌀을 앉힐때 나물을 같이 넣으면 된다. 밥에 넣을때 곤드레나물에 소금과 들기름으로 양념해 넣으면 더 맛있다. 이것을 갖은 양념을 한 양념장에 비벼 먹는데, 향기있는 다른나물과 섞어도 되고, 콩나물이나 고사리를 넣기도 하며 마른김에 싸먹어도 색다른 맛이 있다. 곤드레 된장찌개는 보통의 방법으로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맨나중에 데친 나물을 충분히 넣으면 되는데, 나물밥과 잘 어울린다 곤드레 생잎으로는 보통의 깻잎 장아찌하듯 곤드레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곤드레의 잎줄기가 실한것은 생선과 조리하면 생선의 맛이 곤드레에 스며들어 생선 무우조림 같이 되는데, 부드럽고 독특한 느낌이 일품이다. 정선, 영월지방에서는 갈치,고등어 조릴때 냄비 바닥에 곤드레를 충분히 깔고 졸임하는데, 생선과 나물이 모두 맛있게 된다. 이때 무우를 함께 넣으면 맛이 어중쭝 하게 되므로 무우는 함께 쓰지 않는게 좋다. 영월의 동강가의 허름한 식당에서 민물고기인 빠가사리, 모래무치,꺽지, 피라미 등의 민물잡어를, 듬뿍 깔아 놓은 곤드레 위에 올려 만든 민물고기 조림은 1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맛으로,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장마 후에 심산 계곡으로 거슬러 오르는, 손바닥 길이의 깔딱메기 라는 작은 메기로 만든 깔딱메기 매운탕에도 곤드레를 넣는데, 보통의 메기탕과는 비교할 수 없는 토속적인 맛이 난다.
바로 얼마전의 보도에 따르면 정선군이 관내 대표적인 특산 먹거리인 곤드레나물의 특화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만큼 곤드레 나물이 널리 알려져 일부러 찾는 사람도 많아 졌다는 이야기 이다. 정선군에 따르면 곤드레나물의 특화사업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0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가공시설, 가공식품 개발, 재배면적 54ha 확충하고, 2010년에는 고유브랜드및 디자인도 개발 할 방침이라 한다. 원래는 산골 화전민과 심산의 사찰음식으로 시작되어 이제는 대량재배로 곤드레나물을 좀더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까지는 귀한 산채인 것이다.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 가면 전통적인 곤드레나물 법과 죽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시대가 이렇게 변해도 강원도에는 토속적인 음식이 비교적 많이 있으며, 정선지방에 가면 이름도 희한한 <콧등치기 국수> 라는것도 있는데, 메밀을 반죽하여 손가락 굵기로 썰어 멸치 장국에 호박과 버섯등을 넣어 된장을 풀어 끓이면, 국수발에 탄력이 생기고 후루룩 먹다 보면, 탄력있는 국수발이 콧잔등을 때리게 되는데 그 맛이 맛인지라 정신없이 먹고 난 후에는 콧잔등을 하도 얻어 맞아 콧잔등이 벌겋게 부어오르는 경우도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약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과 산이 절묘히 어우러진 강원도 정선은 곤드레나물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방문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약초공부의 메카이다. 최근에 동강댐 설치 계획을 백지화 시킨 주역인 동강 할미꽃도 오직 여기서만 상면 할 수 있기도 하다. 동강 할미꽃은 뼝대라고 부르는 4~5억년전에 형성된 동강 일대의 석회암 절벽에 자생하는 보호가치가 큰 희귀식물 이다. 정선아라리 발상지인 여량리도 동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댐이 건설되면 이 모두가 사라지는 것이다. 동강변에 무수히 자라는 그 튀지않는 은은한 향기의 박하도 일시에 사라질 것이고......동강 할미꽃은 이번에 동강의 수호신으로 다시 태어나, 사진작가들의 일급 모델로도 데뷔 하였다. 정책 입안자들이 자연의 소리에 무지하다면 그것은 필경 자연파괴와 더불어 소리없는 무수한 생명을 학살하는 죄악의 행위와 전혀 같음을 깨달아 몸서리 칠 줄 알아야 한다. 정선아라리인 정선아리랑은 조선시대에 비롯되어 내려 오면서, 우리민족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노래 형태로 정착되어 민족 공동체의 정서가 담겨져 있다. 정선아라리는 민족의 대 서사시로 남녀간의 사랑과 그리움, 남편에 대한 원망, 고부간의 갈등, 모진 시집살이의 눈물어린 서러움, 산골 화전의 지난한 삶과 고단한 노동, 그리고 인간사 유희 등의 희노애락이 생강나무인 올 동박꽃(동백꽃)과 곤드레나물 등과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본래 아라리 라고 일컫던 것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아리랑으로 바뀌게 됐으며, 아리랑 이란 누가 나의 처지와 심정을 <알리>에서 연유 되었다고 하니, 까닭 모르게 공감이 가기도 한다. 곤드레나물은 5월이 채취적기 이다. 약초공부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아우르지 않으면 약초와 인연의 끈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약초공부는 결국 몸과 마음을 일치 시키는 공부에 다름 아니다. 마음만 가지고 곤드레를 만날 수 없을 것이며, 몸은 좋아도 맘이 없으면 그것으로 그만일터이고....신록의 초입에 곤드레만드레 된 몸과 마음을 곤드레와 정선아라리로 치료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약초산행이 될 것이다. 곤드레나물
신서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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