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樂/영화 음악

파리의 정사 / Vivre Pour Vivre 음악적인 리뷰 +동영상과 음악모음

일하는 사람 2010. 6. 5. 11:34

파리의 정사 / Vivre Pour Vivre 음악적인 리뷰 +동영상과 음악모음
1967년/감독: Claude Lelouch /주연:Candice Bergen + Yves Montand
음악: Francis Lai / 130분



 

왜 사느냐고 묻는 질문처럼, 묻기에는 쉽고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도 그리 흔치 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질문의 답을 철학이나 종교 등을 동원하여 찾으려 한다면,
이마도 그 답은 이미 간단치 않아지는데,
그만큼 우리들의 ‘삶’이나 ‘인생‘ 이란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Vivre Pour Vivre’ 라는 원제목과 영어로 ‘Live For Life’ 라는
제목을 붙인 이 프랑스 영화는 그저 단순히 ‘삶을 위해 산다.’ 고 하면서,
우리가 사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무척이나 간단한 답을 주고 있다.

 

 

그럼 무슨 연유에서 이렇게 ‘살기위해서 산다.’ 는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심하기
그지없는 삶의 목적과 이유가 특이하게 제목으로 등장을 한 것일까?
프랑스의 한 방송국의 뉴스 캐스터로 일을 하고 있는 중년의
로버트(Robert Colomb/Yves Montand,1921-1991).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까뜨린(Catherine/Annie Girardot, 1931, 빠리)과의 결혼생활에
슬슬 싫증이 나서 그런지, 출장이랍시고 허구 헌 날, 밀레유(Mireill)다, 재클린
(Jacqueline)이다 해가며 젊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뉴욕에서 온 어린 모델,
캔디스(Candice/Candice Bergen,1946, LA)에게 또 다시 마음이 끌리고,
얼마 후, 콩고 내전 취재를 핑계로 그녀와 함께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간다.

 

 

그런데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떠났던 이 아프리카 여행에서 철없는
캔디스는 로버트가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푹 빠지게 되고,
얼마 후, 일주일간 예정으로 까뜨린 과 로버트 부부 단 둘이서만 여행을 떠난
암스텔담 에도 (몰래) 처 들어가 로버트를 난처하게 만든다.
또 다시 (빠리의) 바쁜 업무핑계를 대면서 이국에 홀로 까뜨린만 남겨둔 채,
시내의 다른 호텔에서 캔디스의 품에 안기는 로버트.(아래 동영상 참조)
그러다 결국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행실을 의심해 온 까뜨린 에게
빠리로 돌아가는 야간열차 침대칸에서 모든 사실을 고백하게 되고,
이에 너무나 충격을 받은 까뜨린은 한밤중에 기차에서 중도하차를 하면서,
이들의 결혼생활은 금이 가 버린다.
한창 전쟁 중이던 베트남으로 자원을 하여 현실도피를 하게 되는 착잡한 로버트.
그런데 얼마 후 TV 뉴스는 로버트가 미군의 군사 작전을 현장취재 하던 중에
그만 실종이 되었다는 사실을 크게 보도한다.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에 크게 낙담을 하고,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뉴욕으로
다시 돌아와 안타까운 마음으로 신문 기사를 보는 캔디스.
그리고 빠리 시내에 가게를 새로 오픈하여 인생의 새 출발을 한 까뜨린
역시 TV 뉴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후, 수많은 취재진들의 후레쉬의 세례를 받으며 빠리 공항에 무사히
귀국을 한 로버트.
텅 빈 집에서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고, 수소문 끝에 스키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까뜨린을 찾아가는데, 왠지 일행들과 즐겁게 웃고 떠들며 놀고
있는 까뜨린의 모습이 마치 타인같이 멀게 만 느껴진다.
그리고 둘이서 함께 춤을 추자고 청해도 냉정히 거절을 하는 까뜨린.
이렇게 이 둘의 결혼생활은 이제 완전히 끝이 나는 걸까?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빠리로 돌아가려는 로버트는 차 창문에
쌓인 눈을 치우다 차 속에 앉아있는 까뜨린을 발견하게 된다.(아래사진)

 

 

우리말 제목인 ‘파리의 정사‘가 뉴욕으로 돌아간 어린 캔디스의 입장이었다면,
원 제목인 ‘삶을 위해 산다.‘ 는 어쩌면 바람둥이 남편을 용서하고 다시 받아주는
조강지처, 까뜨린의 입장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에서부터 영화의 중간 중간에 느닷없이 등장을 하는
전쟁 기록 필름(이차 대전과 베트남 전 등의)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성과
잔혹성도 이 삼각 관계의 러브 스토리와 함께 의도적으로 대비하여 부각 시킨
끌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1937, 프랑스 파리)
던지는 (삶의 철학에 관한) 메시지는 또 과연 무엇이었을까?
난폭한 폭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그래도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를 원하는 ‘사랑이 존재하는 이런 삶’이야말로
살 가치와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 적이 있었으니
이제 이 특이한 원제목의 궁금증은 해소 되는 듯하다.
1966년에 돈을 빌려가며 어렵게 완성한 ‘남과여’(Un Homme Et Une Femme)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그가 일 년이
지난 후, 전편과 똑 같은 스탭을 동원하여 할리우드를 겨냥하면서 만든 이 작품은
아무래도 목표가 뚜렷한 만큼 캐스팅에 최대의 심혈을 기우렸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 최고의 인기 엔터테이너(배우 + 가수)였던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
일 년 전에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1930-1980)과 함께 ‘산 파블로
(The Sand Pebbles, 1966)‘ 에서 공연을 하며 급속히 주가를 올리고 있던
캔디스 버겐(Candice Bergen, 1946, LA)의 캐스팅은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얼굴은 예쁘지만 그동안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아온 캔디스 버겐은 이 작품을 통해 끌로드 를루슈의 꼼꼼하고 프랑스적인
감성 연기지도로 해서 이후 실력도 갖춘 할리우드 배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브 몽땅의 본부인으로 출연을 한 베테랑 여배우,
아니 지라르도(Annie Girardot, 1931, 빠리)의 중후한 연기 역시
본부인이 중심이 된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의 무게를 더 하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남자주인공이 유명 인기가수라면 그에게 한 두곡의 주제곡을 부르게 하면서 쉽게
그 유명세에 편승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새로운 음악 분위기 창조라는 이유로
OST 제작 작업에서 이브 몽땅을 완전히 배제시킨 것을 보면, 끌로드 를루슈도
참으로 보통사람은 아니다.(하지만 2002년의 ‘And Now Ladies And Gentlemen'
에서는 이 방식을 뒤늦게 사용하였다.)

 

 

OS 음악 역시 ‘남과여(1966)’ 와 마찬가지로 끌로드 를루슈의 (당시) 제일 친한
짝꿍이던 후랑시스 레이(Francis Lai, 1932, 프랑스 니스)
또 담당을 하였는데, ‘남과여’ 보다도 더욱 더 프랑스의 냄새가 짙게 밴 낭만적이고,
더욱 더 고풍스러운 이 주제곡들로 그는 미국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게 되었고, 또 이 작품을 계기로 그에게 3년 후,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러브스토리(1970)’의 주제곡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낮 설지 않은 영화 음악 연출 스타일이지만, 출연을 하는 몇 몇 주인공
별로 각각 Theme을 다르게 만들어서 그들이 나올 때마다 그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을 후랑시스 레이가 이 영화에서 처음 시도를 하게 되는데,
남자 주인공, ‘로버트의 테마(Theme De Robert)’, 그리고 부인, ‘까뜨린의 테마
(Theme De Catherine)‘
, 또 마지막으로 ’캔디스의 테마(Theme De Candice)‘
더욱 더 다양한 음악분위기를 연출하였다(음악은 아래 OST 수록곡 리스트 참조).
[이런 스타일은 이후 엔니오 모리꼬네도 일 년 후인 1968년에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에서 시도하게 된다.]
또한 메인 Theme을 비롯한 이런 주인공별 Theme 에도 전작인 ‘남과 여‘에서
삐에르 바루(Pierre Barouh)와 함께 듀엣으로 여러 곡의 주제곡들을 불러 찬사를
받았던 여가수, 니콜 끄로와질 (Nicolle Croiselle)의 허밍(스켓) 코러스가
이번에도 역시 더욱 빛을 발한다.

 

* The Mystic Moods Orchestra 와 Paul Mauriat Orchestra 의 연주 버전:


 

 

‘남과 여‘와 비교해 볼 때, 지난번 같이 제작비가 부족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프리카, 암스텔담, 빠리, 뉴욕 등지의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독창적이고도
다양한 영상미는 더욱 출중해졌다고 많은 칭찬들을 받았으나,
음악적으로 비교를 하면, Main Theme 만 더욱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을 뿐,
주제곡(노래)이나 삽입곡 측면에서의 그 다양성은 아무래도 좀 떨어지는 듯하다.
1956년에 데뷔를 한 이래 프랑스 최고의 여자 배우중의 한명 이었지만, 그동안
노래와는 별 인연이 없던 여주인공, 아니 지라르도를 니콜 끄로와질과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게 하여 완성한 ‘Des Ronds Dans L'eau’ (Now You Want
To Be Loved)
만이 제법 특이한 곡(OST 앨범의 5번째 곡/ 삐에르 바루 공동 작곡)
으로 지목을 받았고, 이곡은 베트남에서 현지 방송을 하고 있는 TV속의 로버트의
모습을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까뜨린의 얼굴과 함께 흘러나온다.
최근에 어느 평론가는 끌로드 를루슈 와 후랑시스 레이는 1960년대 중후반에
그들의 천재적인 재능을 모두 다 소진하였다고 냉혹하게 말한 적이 있었지만,
이 말은 역설적으로는 이 작품이 그들의 최 전성기의 수작임을 입증하는듯하다.
‘졸업(1967)’ 과 ‘밤의 열기 속으로(1967)’가 상들을 휩쓴 1968년도 제25회,
골든 글로브 상에서 주제가 상과 음악 상의 후보로도 올랐었고,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였다(제40회 미국 아카데미상에서도 후보작이었음).

 

 

21세기에 들어와서도 ‘And Now, Ladies And Gentlemen (2002)‘을 비롯하여
‘11’09"01-September 11(2002)‘등,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2-3년에 한 편 꼴로
제작활동을 계속 중인 끌로드 를루슈가 1960년대 중반에 ‘남과여(1966)’
이 작품 등을 통하여 프랑스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과 ‘제3의 물결
(혁명)‘을 일으키고, 한편으론 전 세계의 영화(TV 와 CF 포함)들의 시네마토그래피
(Cinematography)를 포함하여 영상과 음악 등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주목할 만한 공로도 이젠 세월이 흘러가면서 하나의 전설로만 남게 된 듯하다.
물론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신세대들 앞에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겠지만,
이 영화의 OST CD도 후랑시스 레이의 팬들이 유독히 많은 음반 왕국, 일본에서나
1997년이 되어서야 출반(아래 OST 참고/ 오리지널 LP는 1967년 발매)이 되었고,
또 다른 것은 다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이, 캔디스 버겐 한 명만을 봐서라도 진작에
미국 시장에서 출시되었어야 할 이 영화의 DVD 역시 아직까지도 무소식인걸 보면서
지금 끌로드 를루슈의 현주소가 어딘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가 그지 없다.
(프랑스에서만 를루슈 감독의 특별 박스세트의 하나로 DVD가 출시되었었음)


* 아래의 동영상은 암스텔담에서의 세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금으로선)
아주 귀한 영상입니다. 영화도 보여주시고 또 이런 클립도 직접 만들어주신
이정원님께 다시 한번 특별감사를 전합니다.

 

 

 

* 일본 판 OST CD 수록곡 리스트:

 

1. Vivre Pour Vivre
 

 

2. Theme De Catherine

 

3. Theme De Candice

 

4. Vivre Pour Vivre
5. Des Ronds Dans L'eau (Now You Want To Be Loved)
6. Theme De Catherine
7. Theme De Robert

 

8. Vivre Pour Vivre
9. A Wourd 'Hui C' Est Toi (All At once It's Love)
10. Zoom
11. Vivre Pour Vivre

 

 

* 영화 속의 장면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