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 I Girasori / Sunflower 음악적인 리뷰 + 음악과 동영상모음
1970년/감독:Vittorio De Sica/주연:Sophia Loren + Marcello Mastroianni
음악: Henry Mancini/ 108분
우즈베키스탄 이나 중앙아시아 그리고 사할린 과 연해주지방등에 살고 있는
수많은 우리나라 동포들이 그러하듯이
(물론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산가족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이....)
전쟁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 먼 이역에서 본의 아니게
타향살이를 하게끔 만들었는데, 이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
안토니오 (Marcello Mastroianni, 1924-1996, 이태리) 역시
고향, 이태리 에서 러시아 전선으로 파병이 된 이후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정상 또는 인정상 (해바라기가 잘 자라나는) 그곳에 눌러앉아 살게 된다.
흰 눈 속의 강추위 속에서 죽음의 일보직전에까지 갔었던 자신을 살려준
한 여인을 누구라도 그러 했듯이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할 수 없이 같이 살게 되었고, 살다보니 자식도 생기고 또 그러다
보니 이젠 남쪽의 고향에도 맘대로 갈 수가 없는 운명적인 제 2의 인생......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터로 남편을 보내고 나서 생사도 모르는 체,
기다림에 지쳐버린 고향의 부인(본처),
지오반나(Sophia Loren, 1934 이태리 캄파니아)의 심정은
또 얼마나 오죽하랴?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그 안타까운 심정은 어린 아이라도
다 이해를 할 수가 있겠는데......
하지만, 이태리에서부터 러시아까지 그토록 먼 길을 달려와서, 너무너무 보고
싶었던 남편의 살아있는 얼굴을 보는 순간,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열차에 도로 올라타던 지오반나의 그 표정이 압권인 잊지 못할 명장면,
그리고 (고향에서)꿈같은 재회를 한 후 예전에 군복을 입은 남편을 배웅하였던
이태리의 그 역에서(아래 사진) 다시 한번 기나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기구한 운명,
(대부분의 여성관객들은 이때 주인공인 지오반나 의 편이 되어 안토니오 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분명히 오래전 한국영화에서도 한 두 번쯤 본 장면과도 매우 흡사하다.
한때 우리나라 영화계도 한국전쟁 등을 배경으로 한 이런 스타일의 멜로드라마가
무척이나 인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지만, 누가 먼저라고 굳이 따질 필요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작품적인 영향을 주고받지 않았나 생각하면 그냥 편할듯하다.
이태리와 프랑스의 합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의 스코어(OS)를 할리우드 출신의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 1924-1994, 미국)가
맡았다는 것도 상당히 특이한데[당시, 니노 로타(Nino Rota)같은 자국의 쟁쟁한
작곡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첫 장면의 오프닝 크레디츠(아래 동영상)에서부터
흐르는 Main Theme은 한번 들으면 귀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매우 동양적인
멜로디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배우로서도 잘 알려지고 또 우리에게는 이런 멜로드라마의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한
나폴리 출신의 명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Vittorio De Sica, 1902-1974, 이태리)는
생전에 156편이라는 많은 영화에도 출연하였지만(1923년에 데뷔),
이 영화같이 아름답고 슬픈 멜로물들을 포함하여 총 36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1940년에 데뷔), 21편의 영화각본을 썼으며 8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Producer)
하기도 한 이태리의 국민적 영화인 인데, 한국에서는 역시 1957년의 (리메이크)작인
‘무기여 잘 있거라(Farewell To Arms)’(컬러 판)에서의 리날디 소령 역으로도
그 얼굴이 기억 되고 있다.
어쨋든 이차 세계대전 후의 이태리 영화계의 네오 리얼리즘(Neo Realism) 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가장 많이 받은 감독으로서 오늘날 역사는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태리 영화계의 김 진 규‘ 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 1924-1996, 이태리)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1960)’ 이나 ’카사노바 70(Casanova'70. 1965)‘에서와
같이 더 이상 철부지 같은 플레이보이가 아니었으며,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1934. 이태리 캄파니아)역시도 더 이상
풍만한 육체미와 백치미만을 보여주던 그런 글래머 스타가 아니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한 명의 참전용사로서(마스트로야니), 그리고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벌써 죽었으리라 포기 하였을 텐데도 악착같이
남편을 찾아 흑백사진 한 장만 손에 달랑 들고 그 먼 길을 찾아 나서는
맹렬 여성으로의 연기 변신이 더욱 빛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의 이런 연기변신은 그들의 다양한 연기경력에서 (둘 다에게)
오늘날 까지도 상당히 중요한 비중으로 자리 잡아 기억이 되고 있다.
한편, 이 영화가 촬영될 당시의 소련(USSR)은 개방이 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 상업영화를 촬영을 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아래 사진도 운동장에 실제로 모인 군중들 사이에서의 촬영을 하였다고 한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전사자라면 그냥 다 한곳에다가 묻어 버렸다는
러시아 전선의 그 옛 전쟁터위에 이제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들이 자라나고
있고 (이 꽃들의 자연적 비료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 꽃 숲을 이룬 들판위로는 사람들의 이런 슬픈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름날의 맑은 햇살만이 화면 속에 가득하다.
해를 따라 움직인다는 이 꽃처럼 ‘님 을 향한 일편단심’을 표현 하자는 건지,
아니면 꽃다운 그 수많은 아까운 청춘들의 어처구니없는 희생들이 그 땅에서
해바라기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환생함을 표현하자는 건지.....
제목을 왜 이렇게 굳이 해바라기라고 지었을까?
아무래도 그 답은 우리들이 풀어야 할 몫 인 듯하다.
* 오프닝 크레디츠를 비롯한 영화 장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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