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 이야기/불화 불상

하늘을 나는 천인들의 세상 - 비천도

일하는 사람 2010. 1. 22. 12:22

 

하늘을 나는 천인들의 세상 - 비천

  

미완성된 비파를 타는 여인 비천도(김선옥화. 모악산 대원사 심검당 벽화)

 

부처님을 찬양하는 하늘은 나는 천인(天人)들의 세상 - 비천도(飛天圖)


비천은 범종에 많이 장식되지만, 법당 천장, 석등, 부도, 불단, 또는 단청의 별지화(別枝畵) 등에도 나타난다. 비천은 불국(佛國)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꽃을 뿌려 부처님을 공양 찬탄하는 천인의 일종이다. 천의(天衣) 자락을 휘날리며 허공에 떠 있는 비천상은 도교 설화 속의 선녀를 연상케 하지만 비천의 조상은 원래 그렇게 아름답거나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비천은 고대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건달바, 긴나라를 원형으로 한다. 건달바는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오직 향만을 구하여 몸을 보호하며, 몸에서 향기를 발산하므로 향음신(香音神)으로도 불린다. 부처님이 왕사성 영산도량에서 설법할 때 사부대중과 더불어 네 건달바왕이 참석했는데, 악(樂)건달바, 악음(樂音)건달바, 미(美)건달바, 미음(美音)건달바가 그들이었다. 긴나라도 역시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천신이다. 팔부중의 하나로 불교에 포섭되어 천악신(天樂神), 가악신(歌樂神)으로 불렸으며, 건달바가 속악을 연주하는 것에 비해 법악(法樂)을 연주한다. 이들의 형상은 사람인지 짐승인지 새인지 일정하지 않고, 사람 머리에 새의 몸을 하거나, 말의 머리에 사람 몸을 하는 등 형태도 일정하지 않다.


2000여 년 전 불교가 인도로부터 동전(東傳)의 길을 따라 중국에 전래될 때 비천도 그 뒤를 따랐다. 불교의 중국 전래의 통로였던 돈황 막고굴 벽에 그려진 비천은 이미 인도신화의 건달바나 긴나라의 괴이한 형상이 아닌 도교의 여선(女仙)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상반신은 배꼽을 드러낸 나체이고, 하반신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속옷 차림이며, 표정은 요염하고, 손동작은 유연하고 섬세하다.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페르시아 등 서역의 귀족적 풍모가 가미돼 이런 모습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비천상의 도상적 특징은 양 팔뚝에 표대(飄帶), 또는 박대(博帶)라고 하는 넓고 긴 띠를 걸치고 있다는 점이다. 표대는 머리 위에서 원형을 그리기도 하고 이동하는 반대 방향에서 바람결을 따라 흐르기도 하는데, 이 띠가 허공 부상과 이동의 수단이 된다. 서역과 중국에서 이미 신선가(神仙家)의 매력적인 여선(女仙)의 모습으로 변신한 비천상이 4세기 말경 우리나라의 삼국 시대에 불교와 함께 수입됐다. 불교미술에 수용된 비천상은 약간의 양식적 변천을 거치며 한국적 비천상으로 정착됐다. 초기의 흔적을 고구려의 장천1호 고분을 비롯한 몇 개의 무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벽화에 나타난 비천상을 보면, 두광(頭光)이 표현되어 있고, 부드럽게 굴곡진 반나체의 곡선은 우아하며, 원숙하고 세련된 회화기법으로 표현한 천의와 넓은 띠는 상쾌한 상승기운을 느끼게 한다. 비천의 모습은 그침도 걸림도 없어 보인다.(중략)


조형물로서 비천상 자체는 그냥 그렇게 존재할 뿐이며 생명도 활기도 없다. 눈에 보이는 모습 이외에 감성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아름다운 음악이 퍼져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천의가 휘날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앞에 서서 관조할 때에는 조형물 이상의 그 무엇을 볼 수가 있다. 신심이 돈독하고 비천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비천의 자유롭고 환희에 찬 행동과 허공에 울려 퍼지는 미묘한 음악 소리를 감지할 것이며, 비천이 비행하는 불국정토의 정경을 그려 낼 것이다.(하략)<허균/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불교신문2096호/2005,1,14일자>


위 글에서 보이듯 비천상은 나름대로 중요한 우리 불교미술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느 절이나 찾아가도 비천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불화 중의 하나이다. 이 비천도가 요즈음에는 현대적인 모습과 함께 우리 전통예술과 접목이 되면서 나날이 변화를 하고 있다. 요즈음에 그려지는 비천도는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고 있는듯 하다.  


아름다운 천인을 그려내는 비천도는 불교미술에서는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야 미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니 어디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이야 있겠는가? 그저 보고 느낀 바를 적는 것이다. 내가 비천도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상원사 동종 등 사인비구가 제작한 보물 제11호 동종에 나타나는 비천도를 보고나서 부터이다. 그 다음 절마다 찾아다니며 비천도를 유심히 보고 사진에 담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인가 절집에 들리면 먼저 벽화며 탱화에 그려진 비천도를 찾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버렸다. 그것은 비천도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나 자신이 천인이 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어서다.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는 부처님을 찬양하는 천인상이라는 비천도가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요즈음 현실적으로 많이 발전한 비천도를 보면 비파를 타거나 횡적을 불거나, 아니면 장고춤을 추는 비천도도 있다. 심지어는 무당춤을 추는 비천도까지 그려질 정도니 나날이 변화를 해가는 천인상인 비천도는 이제 종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 장르로 발전을 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모악산 대원사 심검당 벽에 비천도가 그려졌다. 아직은 미완성 그림으로 비파를 타는 비천상은 얼굴이 동양적인데다가, 아름다운 옷에 표대를 휘날리며 구름 위를 나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정이 좀 굳어있다는 점일 것이다. 검은 구름 위로 흰구름이 떠 있고 그 위에 비파를 타면서 머릿결을 휘날리며 하늘은 나는 천인.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참이나 작업을 하는 벽면 앞을 떠나지 못한다. 벽화를 그리는 김선옥선생은 원광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녀는 비천도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는가보다. 모악산 대원사 진달래 화전축제 때 고기와에 그림을 그려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막상 벽화에 커다랗게 나타나는 비천도를 바라다보면서 스스로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마무리가 되어지지 않은 비파를 타는 여인. 표대와 머릿결을 날리며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천인은 금방이라도 구름을 몰고 벽 밖으로 뛰쳐나와 하늘을 날아 오를듯 하다. 그래서 난 비천도에 더욱 큰 매력을 느끼고, 오늘도 찾아가는 절집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다니며 비천도를 담기에 바쁘다. 그것은 내가 천인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은 바람이기도 하기에....

 

 

보물 제11호 사인비구의 오대산 상원사 동종의 비천도 

 

 

양산 통도사 벽화에 나타난 비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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